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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Still Dusseldorf 며칠 만에 처음으로 비를 맞았다. 많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피곤과 오늘 아침의 찬바람과 옅은 비는 나의 아침 산책을 이른 시간에 마치게 했다. 숙소로 돌아와 느긋하고 풍족하게 아침을 먹었다. 내일의 이동을 위한 비축 같은 거였다. 사실 독일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숙소를 예약한 터라 처음 3일간의 숙소만 예약했기에 내일이면 다른 숙소를 구해서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 수고로움을 감당할 내 육체에 대한 보상을 미리 하는 것이랄까. 아침을 먹고 방으로 와서 비가 와도 괜찮을 만한 복장으로 챙겨입고 길을 나선다. 나가기 전에 리셉션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더 묵게 된다면 얼마나 하는지 물어보았다. 금액은 알았지만 충격은 다음 주에 일주일간은 호텔 전체가 휴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Day 2 in Dusseldorf 쓰러지듯 잠에 빠지고 싶었지만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조금씩 조금씩 잠에 들었다. 순간 눈을 떴을 땐 새벽 1시, 3시, 5시… 여섯 시… 그렇게 눈을 뜨고 마침내 커튼을 열어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어린 시절 아침이 얼른 오기를 기대하며 문밖으로 계속 추파를 보내던 크리스마스날 새벽이 떠올랐다. 너무나 피곤한 하루를 보낸 터라 좀 더 누워 게으름을 즐기고 싶었다. 한 시간여 더 침대에서 뒹굴다가 지난날 저녁의 일들을 남겨야겠다 싶어 두서없지만 흔들리는 감정 그대로 글을 마구 써 내려갔다. 숨 가쁘게 적어 내려 간 글들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갈 때, ‘이제는 나서야 할 시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옷을 입고 주변을 돌아보려 숙소를 나왔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