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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Still Dusseldorf 본문
Still Dusseldorf
며칠 만에 처음으로 비를 맞았다. 많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피곤과 오늘 아침의 찬바람과 옅은 비는 나의 아침 산책을 이른 시간에 마치게 했다. 숙소로 돌아와 느긋하고 풍족하게 아침을 먹었다. 내일의 이동을 위한 비축 같은 거였다. 사실 독일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숙소를 예약한 터라 처음 3일간의 숙소만 예약했기에 내일이면 다른 숙소를 구해서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 수고로움을 감당할 내 육체에 대한 보상을 미리 하는 것이랄까.
아침을 먹고 방으로 와서 비가 와도 괜찮을 만한 복장으로 챙겨입고 길을 나선다. 나가기 전에 리셉션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더 묵게 된다면 얼마나 하는지 물어보았다. 금액은 알았지만 충격은 다음 주에 일주일간은 호텔 전체가 휴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숙소를 어떻게든 구하는 것이 오늘의 일과가 될 것이었다. 아침에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잘 말리고 나선 지 3분 만에 나는 모자를 썼다. 그리고 가고자 했던 괴테 미술관에서 목적지도 변경했다. 어제의 K20 맞은편에 있던 미술관과 그 주변 갤러리를 돌아보고 봐두었던 DHL 사무실에 가서 엽서를 보내리라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어제와는 달리 지하에서 쇼핑센터와 연결된 곳이어서 잠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별다른 시간약속을 하고 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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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낮부터 짬짬이 찾아보았던 숙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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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리에 살고 있는 후배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반가움에 서로 즐거워했다. 조만간 파리에 가면 반가이 만날 것이다. 어느 순간 파리에 있다고 알려왔을 땐 약간 의아했지만 이유가 있겠거니 그리고 후배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었다. 그렇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는게 쉽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거의 4가지 일을 하고 삶을 지탱하느라 많이 피곤하고 쉽지 않다면서. 어쩌면 꼰대 같은 답변일 수 있지만 나는 몸은 조금 피곤하더라도 마음이 행복한 곳이라면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하고 답변했다.
그래도 행복할 거라 믿는다.
열두 시까지 짐을 정리하느라 늦게 잠들었지만 다시 눈을 뜬 시간은 새벽 2시 반. 더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눈을 감았으나 3시에 다시 눈을 떴다. 그냥 일어났다. 물을 조금 마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눈이 뻑뻑해서 뜨고 있기 어렵다. 눈을 감은 채로 타이핑을 치고 있다. 첫날인가 궁금해하던 기억력에 대한 생각에 이르렀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우리의 뇌가 활동하는, 아니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겠다. 매일의 사건사고, 주변상황 중에서 같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점점 대응을 줄이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뭐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이다’라는 표현 같은 것이려나. 시간이 조금, 아니 작은 디테일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어느 정도 많이 흐른다면 나를 둘러싼 이곳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내 머릿속에 지도로 그려지고 눈을 감고서도 알 수 있을 때가 된다면 뇌는 긴장을 풀 것이고 아주 상세한 과정과 디테일로 기억하기보단 하나의 뭉텅 그려진 이미지 혹은 개념으로 공간과 시간과 경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어제 갔었던 K20, kunstsammlung 맞은편에 있는 kunsthalle 전시장에 먼저 들어섰다. 그전에 있던 서점에도 들렀다. 탐이 나는 커다랗고 멋진 달력에 눈길이 갔다. 다음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욕심이.
Kunsthalle에서는 Tree 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작업도 재미있었고 건물 또한 계속 나의 시선을 빼앗으려 했다. 높은 천장에 박공형태로 자연채광이 가능한 창을 크게 낸 뒤에 한편에는 형광들을 세로로 여러 줄 설치해 자연광이 부족한 날에도 전체 공간에 빛일 들도록 하였다. 만약 낮은 천정에 형광등으로 그렇게 조명을 했다면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또한 1층이 보이도록 뚫린 2층 전시공간의 경계에 깔리 넣고 무거운 나무가 마음에 들어 손으로 슬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비가 온 김에 들어온 실내였기에 조금 더 있기로 했다. 사물함에 넣어 두었던 가방에서 엽서와 펜을 꺼내 로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로 향한다. 옆에 병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옆면에는 INTERNATIONAL TASTE 라고 큼지막하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2유로에 한 병을 뽑아 자리를 잡았다. 엽서라니… 외국에 간 친구들에게 몇 번 받아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쓰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여 알게 된 참 고마운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우리에겐 따뜻한 마음과 위로와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줄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만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안과 다툼과 시기는 많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약국에선 두통약도 사라질 것이다.
엽서를 다 쓰고 나서 kunsthalle 옆에 있는 Hans Mayer 갤러리로 들어선다. 문이 너무 육중해서 어찌 열어야 하나 고민했다. 밀었다가 당겼다가. 일단 외부에서 보이는 공간이 궁금해서 들어간다. 그리고 열릴까하는 호기심에서 시도해 본다. 어차피 닫혀 있거나 유료라 해도 마음먹었으면 직진이다.
차근차근 작품들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작업을 촬영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사진으로 남긴다. 액자가 만들어진 방식과 작품의 형태, 표현방식 등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Peter Hutchinson 의 작업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Thrown ropes라는 타이틀의 작업은 내가 읽기론 작가가 정원이나 넓은 평원 같은 곳에서 작가가 로프를 던지고 자리를 잡은 로프의 선을 따라 땅을 조금 파고 그곳에 꽃들을 키워 사진을 찍은 작업이었다. 작품정보란에 제작기간은 2년간으로 적혀 있었다.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은 NARRATIVE ART라는 글씨를 하나씩 지면에 그러고 나서 각각의 사진을 찍어 만든 것이었다. 흡족한 시간을 보내고 갤러리를 나선다.
나선 길… 어제 지나다 보아 두었던 DHL 사무실로 들어선다. 엽서를 보내야지. 잠시 기다렸다가 엽서를 보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된다고 한다. 받을 나라를 물어보고 우표값을 알려준다. 95센트였던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와서 이리저리 건물들 사이를 다니는 바람처럼 크리스마켓이 가득한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숙소로 향했다.
참 따스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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