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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이제껏 난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해 왔던걸까? 본문
사회와 그 시스템
집의 구조에 기반한 사회철학에 대한 고민
보호받고 보호해야 할 대상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그 사회의 기반을 형성하며 외형적으로는 건물의 구조와 배치, 그리고 시설, 단순히 사적인 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하에서 운용되는 사회 전반의 디자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르는 연석, 버스, 기차, 트램의 승, 하차 보조도구, 구간의 성격에 맞는 개폐방식, 합리적인 운영 방식 등에 이른다.
이곳 독일의 건물 구조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나무큐브 혹은 덩어리 나무를 서로 간격 없이 촘촘하게 붙여 만든 것처럼 보이는 구조다. 건물은 대략 4-5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져 있고 1층에는 상가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창엔 대부분 전동식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필요시에 가려지거나 보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보자. 대부분의 건물들이 하나의 커다란 덩치로 이어져 한 블록의 면적 외부라인을 따라 둘러 서 있다. 그리고 내부로 향한 창문을 통해 보면 그 안은 커다란 중정 같은 느낌이다. 높은 건물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단층 혹은 2층의 건물과 마당들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내다보아도 사람들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가다 저녁에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쉽게 말해 공간마저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둑한 겨울 이른 아침 아이는 아빠의 목마를 타고 학교에 가고 애완견들은 주인들과 아침 낮 오후 할 것 없이 산책을 하고 있다. 상점, 거리, 백화점 어디든 애완견이 있는 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곳.
어쩌면 삶은 이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보호하고 아껴야 할 상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 ‘니가 날 사랑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야’라는 애매모호한 말은 설 자리가 없다. ‘니가 날 사랑한다면 빵을 15미리 두께로 썰어 두고 요거트엔 옥수수 시리얼과 건살구 한 개, 크랜베리 다섯 개를 줬어야지’라고나 할까.
이제껏 난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해 왔던걸까?
시간적으로 앞으로 돌아가자면 아직까지는 내 육체의 시간인 새벽 1시부터 일어나 글을 쓰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여러 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중에 오늘 JSC(Julia Stoschek Collection)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며칠 지나니 지하철 플랫폼 안내판에 적힌 글씨들이 의미하는 분류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맞은편 플랫폼에 서 있었다. 역시나 뭔가 움찔하는 느낌에 옆에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건너편으로 가서 아무거나 타고 2번째에 내리면 된다고 알려준다. 플랫폼을 건너가면서 다시 한번 안내판을 읽어본다. 나의 오류를 수정한다. 다음번엔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겠지.
한번 더 환승을 하고 라인강을 건너 머지않아 내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일요일이라 역시 한가함이 전해진다. 상점들은 평일보다 더 많이 닫혀 있었고 사람도 눈에 띄게 적었다. 동네가 달라서 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길을 찾아 앞으로 뒤로 조금씩 조정하며 전시장에 도착.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 계단 안 되는 지하로 내려가는 곳에서 영상이 돌아가고 있기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보았다. 베트남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곳에서 여성은 결혼하기 이전에는 아버지의 결정에 따르고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과 그 가족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한다. 가정에 헌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삶의 예시들이 가득하고 자신 또한 확정적인 예시가 될 것이 거의 명확한 운명을 가진 베트남 여성으로서 그곳을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한 사람으로 선 작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며 영상이었다. 보기 시작한 부분에 나오는 대화에서 ‘처음 사람들이 나를 보면 어디 중국이나 일본에서 왔어요?’라고 많이 물어보는데 베트남이라고 하면 ‘거기가 거기지. 안 그래?라고 이야기한다고. ‘별 차이 없잖아?’라고 덧붙이며 이야기 한다고. 나도 그랬다. 새로운 숙소에 도착했을 때 ‘일본에서 왔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답했다. 그는 크게 미안한 기색 없이 ‘아 거기? 무슨 행사하는 거 알아요. MMA인가?’ 나는 그게 무슨 행사인지 모른다.
이제 1층으로 올라가 안내를 받고 가방과 옷을 보관하고, 여기 전시장은 대부분 가방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시설을 잘해두었다. 전시관람을 가볍고 편안한 상태에서 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플래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진도 그냥 편하게 남길 수 있다.
지금 JSC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JSC ON VIEW’라는 타이틀아래 진행되는 시리즈이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최근 작고한 세 명의 중요한 여성작가들의 전시이다. Lutz Bacher, Barbara Hammer, Carolee Schneemann이다. 1층 전관에서 진행되며 이번에 전시되는 일곱 작업은 이러한 구성으로 전시된 적이 없었다. 세 명의 작가는 개인의 성생활, 그리고 그와 동반되는 남성중심적인 현실의 미국 기관과의 관계단절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영문을 번역하려니 쉽지 않네. 공부를 더 해야..)
전시는 입구에서부터 눈을 붙잡고 발을 멈추게 했다. 영상의 적나라함이나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움이거나 대담함이거나 그러한 단어에 붙잡혔던 것 같다. 작품의 제작연도는 1976년을 비롯한 그즈음의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시선을 벗어날 수 있는, 아니 시선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 혹은, 자기 자신의 욕구와 열정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는 포용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쉽게 풀어내는 영상과 사진의 방식, 크게 가공할 필요 혹은 의지를 보이지 않는 내러티브들 속에서 현실을 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나를 본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중간기착점인 아이스크림 전문점 La Romana를 거쳐
Kunst Im Tunnel이다. 첫날 왔던 곳 근처였지만 컨디션 탓인지 조금 헤매고 빙빙 돌았다. 내리는 비 탓에 마음이 조급해서였을 수도. 하지만 이내 도착한 곳에 들어서니 전시장 입구는 아니고 카페였다. 어라.. 잘못 들어온 건가? 하고 둘러보니 전시안내와 입장료 안내 등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제대로 들어온 것 같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그곳이 전시장 입구. 들어서니 좌측에 책상이 있고 몇몇 책과 브로셔, 안내자료 등이 있고 입장권을 판다. 4유로.
이곳은 예전 주차장이었거나 혹은 지하통로 비슷한 역할을 하던 곳을 전시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밝고 높은 층고 그리고 구조적인 특이함 등이 공간을 지탱하고 있다. 내가 본 전시는 <TAKING ROOT>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열한 명의 작가들이 작업을 선보이고 있었다.
전시안내 서문중 일부를 여기 옮긴다.
<Taking Root brings together the works of eleven artists. They have diaplayed interest in grounding themselves in the present through finding anchor points in tradition, their biography or visual environment. They do not usually find their artistic incentives in the daily news or politics. Their knowledge is more direct, coming from stones, walks, landscapes, icons, childhood memories – from all possible sources.> from the text TAKING ROOT curated by Jurriaan Benschop
마지막 문장에 나의 마음은 가 있다.
전시된 작업 중에서 Nona Inescu의 Gommage(2016)라는 설치작품과 Katrina Neiburga의 Pickled Long Cucumbers(2017) 영상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앞의 작업은 인간과 나무의 유사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커다란 직사각의 통나무를 세워두고 그 상단 일부에 아이의 몸통이 담길 만큼의 홈을 파고 그 안에는 사람의 손을 담은 사진을 붙여 두었다. 그 엄지를 시작으로 손목에 이르기까지 나무의 벗겨진 껍질이 마치 옷처럼 잘 어울리게 덧씌워져 있다. 그리고 앞에 바닥에는 다양한 모양의 나무껍질들이 돌돌 말려진 채 펼쳐져 있다. 성장과 늙어감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분해의 과정에서 인간과 나무의 유사성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의 영상작품은 2 채널 비디오 작업으로 그 앞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맑은 영상에 감탄을 하다가도 현실 문명에 대해 가볍게 툭툭 치는 듯 비꼬는 장면들에선 웃음기가 순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날이 벌써 어둑어둑하다. 시간은 4시 남남 지난 것 같은데. 옷깃을 여미고 가방을 들쳐 메고는 얼른 길을 나선다. 우산도 없으니 고민할 것도 없다. 그냥 가는 거다. 아직 남아 있는 빛과 대체되어 들어온 가로등 빛들이 서로 마지막과 처음을 뽐내며 자랑이 한창인 시간이다. 몇몇은 비가 내림에도 나를 붙잡았으니 성공했다고 하겠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는 곳에 3번째로 도착했다. 세 번의 방문이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나온 탓에 허기지고 그래서 머리가 조금 무거웠던 건지도 모른다. 얼른 훑어보고 메뉴를 정해 하나 먹었다. 비가 조금 줄어 그냥 밖에 서서 먹어도 괜찮았다. 먹고 나니 이제 조금 몸이 고통의 수준을 줄여준다.
일찍 들어가 따뜻한 국물을 뭔가 만들어 먹고 쉬고 싶다. 숙소에 내려가는 길에 마트를 보니 벌써 캄캄하게 닫혔다. 이런… 사거리를 지나 중앙역 쪽으로 무작정 걸어본다. 작은 가게라도 혹시 연 곳이 있을까 하고. 물도 필요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이랑 치즈, 햄 같은 거라도 사야 했다. 대략 저 정도까지만 가보고 없으면 그냥 돌아가자 하며 거리를 가늠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벌써 내 시력은 어둠이 몰려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다. 거의 앞에 다다라서야 작은 마트임을 확인하곤 안도했다. 얼른 물과 몇 가지를 사서 돌아온다.
옷을 벗어 라디에이터 앞에 널어둔다. 얼른 샤워를 마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어찌하지도 못한 채 저녁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우거지사골국에 잡채를 넣어 국처럼 끓이고 햇반을 하나 데워 저녁을 차렸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몸이 녹는다. 정말 녹는 듯하다. 몸이 따뜻하다니 이럴 수가. 얼른 자자.
다시 새벽이 오고 오늘은 한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세시에 일어나 지금 시간은 여덟 시. 일어난 시간인 세시에 커피와 차를 끓이고 책상에 앉았다. 하루를 정리하다 잠시 달콤한 슈톨렌으로 속을 채우고 계속 글을 쓴다. 창밖으로 푸른 아침이 밝아 온다.
다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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