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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일정은 괴테박물관(Goethe-Museum)... 본문
일정은 괴테박물관(Goethe-Museum)을 보고 시내에 있는 앤틱상점(Heinrich Heine Antiquariat)에 가서 케테 콜비츠 책이 있는지 보는 것이었다.
물론 쿤스트 팔라스트랑 다른 곳을 보려고 생각했지만 월요일이라 미술관은 모두 휴무인걸 사전에 알지 못했다. 하지만 웬걸.. 괴테박물관도 월요일은 휴무! 그래서 그냥 레이탈리(Reitallee) 공원을 가로질러 시내로 시내로. 가는 중간에 다른 길로 들러 공원의 새로운 부분과 외부에 설치된 작품과 조각들을 보았다. 조금 더 지나니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가까이 가니 산타 복장을 한 아저씨가 비눗방울을 크게 만들어서 아이들이 쫓아다니고 있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비눗방울이 만들어지자마자 아이들은 달려가 터트린다.
왜 그럴까? 보고 두면 이쁠 텐데..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나도 가끔은 그런 충동을 느끼니까 그저 본능인가 보다 해야 할까? 처음엔 그저 멀리서 지켜봤는데 하나 둘 내 근처에도 비눗방울이 날아오고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걸 눈으로 따라가니 이전까지 보이던 나무와 건물들이 조금은 달리 보인다. 빛이 지나면 굴절이 되고 사물을 왜곡하게 되어있는데 비눗방울이 건물 앞에 지나가도 그렇게 왜곡이 심하지 않았다. 무언가 성분이 다른가? 호기심을 가진 채로 몇 장의 사진을 더 담았다. 조금 더 호기심이 발동했다면 비눗방울을 사서 연구하듯 하면서 촬영을 했을 것이다. 아저씨는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비눗방울을 만들어 내며 아이들을 광분케 했다. 그중 한 아이는 옆차기로 비눗방울과 싸우다 땅에 쓰러지기를 몇 번. 아주 거친 싸움이었다. 물론 승패는 일방적이었지만.
이내 나는 시내를 관통하여 지나고 있었고 전날 지나던 길에 시내 한가운데 뭔가 하얀 비닐로 덮여 있던 곳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둘러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한 청년이 모래조각으로 쓰러진 어미 개와 새끼들을 만들고 있었다. 아.. 그날 덮여 있던 것이 사연을 알 수 없이 죽은 개였구나. 몇일 전 그 길을 지나는데 옆에서 어린 학생 둘이서 그걸 두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억하고 추모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대구의 우리 집 마당에서 살던 고양이들이 때로 겨울에 새끼들을 낳아서 기를 때 몇몇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한겨울이면 나는 땅을 팔 수가 없었기에 마당의 잡석을 걷어 내고 죽어서 뻣뻣하게 얼어버린 새끼 고양이를 그 아래 두고 잡석을 다시 덮고 조금 큰 돌로 덮어 주었다. 때로 봄이나 따뜻한 계절엔 집 뒤켠에 땅을 파고 고이 묻어 주었다. 이제껏 내가 묻어준 고양이는 대략 네다섯 마리 정도 될 것이다. 그들은 나의 기억 속에 남았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갔다. 짧은 세상 구경을 마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지도를 간혹 살피며 길을 걸었다. 어제 오후 늦게 걸었던 곳의 맞은편에 와 있었다. 중간에는 시계를 만드는 공방도 있었고 골목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도 만났다. ‘이국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나의 삶이 이루어지던 곳에서도 이 단어를 가끔 생각했었다. 한국에서 지나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도 생각을 했었다. 저들의 눈에는 내가 살아 온 이곳의 환경이 ‘이국적’이겠지. 무언가 새로운 시각을 위해 환경이 다른 곳으로 갈 때 느끼는 그러한
이질감 혹은 이국적이라 느끼는 감정들을 일상적인 공간에서 느낄 순 없을까?
나를 객체화하며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러한 시도로는 뭔가 부족했다. 뭔가 연출된 느낌이랄까. 온전히 그 상태에 있지 못하는 느낌이다.
잠시 더 걸어서 도착한 앤틱샾에는 책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두 분이 폭이 좁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엄마는 소파에 앉아 책을 넘기고 있었고 이른 십 대로 보이는 아이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나도 무거운 가방을 잠시 내려두고 어슬렁 거렸다. 아주 작은 책부터 큰 책까지, 글씨가 주류인 책부터 그림이 주류인 책까지. 희곡을 담은 책부터 악보, 필사집, 400부 한정판의 질감이 아주 좋고 크기는 A3 사이즈정도 되는 책도 있었다. 내가 잡은 한 책은 그림이 주류인 책이었는데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인 그림들이었다. 거의 얇은 펜으로 그린 그림들이었는데 다음에 다시 간다면 사게 될까?
결국 내가 찾던 책이 있는지 물어 보았는데 없다는 대답을 들었고 아쉬운 마음에 큰 책을 한번 더 펼쳐보고 책방을 나왔다. 잠시 동네를 돌아보고 조금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조금 걸었을까… 어제 자료를 찾다가 보았었던 것 같은 조각이 벽에 떡하니 걸려있었다. 뒤셀도르프 박물관(City Museum)이었다. 문이 한쪽 열려 있기에 들어선 뒤편 정원은 아주 커다란 나무들이 있고 움직이는 조각과 잘 정돈된 정원수들이 있었다. 비가 내린 바닥은 촉촉했고 겨울임에도 연두와 초록은 땅을 덮고 있었다. 들어서는 그 순에 내 오른편 하늘에서 빛이 구름을 비집고 살짜기 나오려고 했고 나는 멋진 빛깔이 내려앉을 거라는 기대감에 약간 들떴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빛은 사라지고 다시 차분한 오후가 되었다.
방향감각을 잃은 나는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다가 마침내 지하철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시간이 지나버린 티켓을 들고 가슴을 졸이며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지하철역 안에 티켓을 살 수 있는 기계들이 있다고 했기에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들어섰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피곤한 몸으로 다시 올라가서 물어볼 엄두가 나질 않아… 불법을 저지르고 말았다.
돌아온 숙소에는 며칠 만에 룸메이트가 하나 생겼다. 마케도니아에서 온 친구. 독일에서 살았고 독일 여자친구랑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지만 여기는 자기랑 맞지 않는다며 헤어짐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곧 자기 나라로 돌아갈 거라면서. 그는 늦게 잠에 들었고 나는 일찍 잠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거실로 나와 몇 시간째 깨 있다. 이제 씻고 쾰른으로 갈 준비를 해야겠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쾰른 대성당을 보러 하루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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