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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대성당 본문
쾰른 대성당
책에서나 보고 사람들에게 듣던 이름들이 내 곁에 있다. 새벽 네시부터 눈을 뜨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결국엔 쾰른행을 예약했다. 바로 떠오르는 곳, 쾰른 대성당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딱히 천주교라던가 크리스마스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진 않지만 내가 조금 움직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쾰른 대성당이 있고 크리스마스이브니까. 별다른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다. 일찍 일어난 탓에 출발을 준비해야 할 시간엔 약간 피곤하기도 했지만 꾸물거릴 수 없었다.
기차시간은 9시 49분. 쾰른행을 결정한 것은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어제저녁에 숙소로 들어오며 사둔 과일과 햄, 빵 등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반은 아침으로 먹고 반은 점심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자고 있는 룸메이트에게 미안하지만 부스럭 거리며 서두를 수밖에 없다. 정신없이 준비해서 나가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부터 비라니. 며칠 동안은 그래도 아침엔 괜찮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트램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을 조금 허비했다. 자리를 옮겨 잠시 기다리는 중에 아침으로 가지고 나온 샌드위치를 부슬비와 함께 먹는다. 트램이 오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걸어야겠다. 19분 걸린다고 하니 빠른 걸음으로 가면 시간이 될 것이다. 얼른 움직이자. 헉헉 거리며 운동하듯 도착한 역 입구에서 시간을 보니 15분 정도 남았다. 옷에는 물기가 가득했지만 내부로 들어오진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커피 한잔을 샀다. 마시며 플랫폼으로 올라가 잠시 앉아 쉬었다.
사람들은 적었고 크리스마스이브라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잠시 기다리니 기차가 도착하고 나는 기차에 올라 가운데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 앉는다. 기차로 뒤셀도르프에서 쾰른은 25분이면 도착한다. 중간에 차장이 와서 표를 검사한다. 표 검사는 처음이다. 예전에는 티켓을 출력해 와서 검표를 했다는데 지금은 모바일로도 가능하다. 쾰른 역에 순식간에 도착해서 좌우를 살피다 일단 밖에 나가면 높은 성당이 보이겠지 하며 가까이 보이는 출구로 무조건 나간다.
헉…
나서자마자 쾰른 대성당이 눈앞에 떡하니 서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크게.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대성당이라 부를 만하구나 싶다. 이리 올려다 보고 저리도 올려다 보고.. 가까이 다가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도 올려다본다. 역에서 나온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사진으로 대성당을 찍거나 대성당을 등지고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기에 분주하다. 나 또한 대성당과 인사를 나누고 나의 기록도 남긴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크고 거대한 작품을 남길 생각을 했을까?
계단을 오르니 마치 나에게 쏟아지는 듯하다.
부분 부분 공사를 하느라 가려 둔 곳도 있고 작업대를 설치해 둔 곳도 있었지만 아주 조금이었다. 입구로 가니 사람들이 들어가려 줄을 서 있다. 살펴보니 입장권을 팔거나 하는 곳은 없는 듯하고 사람들도 그저 들어간다. 모자를 벗으라는 말만 들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하며 역사기록에 여념이 없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옛날 아주 옛날 사람들은 기록을 하려면 우연이든 의도였든 무언가 새길 날카로운 것을 준비하고 반반한 벽을 고르고 기억을 더듬어 남기고자 하는 것들 중에서 제일 중요한 한 부부만을 골라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단단한 벽에 선을 긋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단숨에 되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인류가 죽는다면 혹은 전기가 없는 세상이 만약 다시 온다면 인류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조각상이나 건축물 같은 종류는 어느 정도 오래 남아있겠지만 옛날 사람들의 그림에 해당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들은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일전에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Enter…”
라고 하면서 시작되는 인물의 등장을 위해 모든 세부적인 요소를 정교하게 연출하고 준비하는 모습. 특히나 종교에 있어서는 음악과 조명, 공간구성 등에 있어서 탁월하고 아주 꼼꼼하다고 하겠다. 그 당시 내가 생각한 부분은 어릴 적부터 생각해 왔던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있었는데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릴 적 살았던 곳은 지금도 개발이 늦은 곳으로 손꼽힐만한 곳이었다. 교회를 다녔는데 일요일이면 어린아이에겐 조금 먼 거리인 교회까지 걸어가야 했다. 중간에 나지막한 산 같기도 하고 언덕 같기도 한 곳을 올라가야 했다. 그 중간 어디쯤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반질반질 니스칠이 된 마룻바닥이 있었고 방석을 깔고 예배시간 내내 꿇어앉아 있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저린 다리를 꼼지락 거리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때로 꿇어앉아 있어야 했던 시간의 고통이 너무 커서 전체를 그렇게 기억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교회였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간이었다. 어느 날 교회가 헐리고 시장이 가까운 곳으로 가기 전까진. 그날 이후 교회는 점점 번성했고 바닥에 앉아야 했던 시절은 역사가 되었다. 기다란 나무의자가 생기고 거기에 앉을 수 있었다.
어쩌면 바닥에서 멀어지면서 신에게서 멀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들어선 쾰른 대성당은 아름다웠다. 그 크고 높은 천장 아치며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파이프오르간, 단단하고 커다란 돌들을 한층 한층 쌓아 올린 거대한 기둥들. 아주 디테일하게 만들어진 부조와 성화들. 어떤 것은 마치 하나의 벽을 입체 책처럼 만들어 두었다.
대성당에 흠뻑 빠져 있다가 길거리로 나왔다. 향수박물관을 지나고 개신교회를 들어가고 또 다른 커다란 성당을 보고 이끌리듯 걸었다. 케테 콜비츠 박물관도 지나고 작은 공원에 앉아 배를 먹었다. 그전에 점심으로 준비해 간 샌드위치는 아마도 향수박물관 뒤편에서 먹었던 듯하다. 오후 2시가 되자 상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거리로 내쳐졌고 총총히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홀로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고요함에 빠졌다. 길거리엔 몇몇 노숙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었고 구호단체에서 나온 듯 한 트럭 뒤에선 한 노숙자가 따뜻한 겨울 외투를 받으며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는데 조그만 여자 아이는 계속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고 급기야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몇 걸음 지나다 돌아선 아빠는 인형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고 다시 달라는 아이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하나의 교육방법일까? 아이는 계속 칭얼댔고 담배를 피우며 뒤따르던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동안도 계속 그랬지만 아이를 달래거나 원하는 걸 들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아이는 안아주길 원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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