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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In Dusseldorf _ Day 2 본문
Day 2 in Dusseldorf
쓰러지듯 잠에 빠지고 싶었지만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조금씩 조금씩 잠에 들었다.
순간 눈을 떴을 땐 새벽 1시, 3시, 5시… 여섯 시… 그렇게 눈을 뜨고 마침내 커튼을 열어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어린 시절 아침이 얼른 오기를 기대하며 문밖으로 계속 추파를 보내던 크리스마스날 새벽이 떠올랐다. 너무나 피곤한 하루를 보낸 터라 좀 더 누워 게으름을 즐기고 싶었다. 한 시간여 더 침대에서 뒹굴다가 지난날 저녁의 일들을 남겨야겠다 싶어 두서없지만 흔들리는 감정 그대로 글을 마구 써 내려갔다. 숨 가쁘게 적어 내려 간 글들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갈 때, ‘이제는 나서야 할 시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옷을 입고 주변을 돌아보려 숙소를 나왔다. 그 서늘한 늦가을이나 초겨울의 새벽 같은 어둠과 공기 속에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고 트램 정류장에선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건너편 가게 앞에선 꽃과 과일들을 정리하던 아주머니가 도로를 향해 물을 뿌리고 아주 작은 꼬마 아가씨는 일어서기 싫은 듯, 아니면 안아주기를 바라는 듯 길가에 녹아내리며 칭얼거렸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나를 보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가볍게 눈인사하고 그곳을 떠났다.
숙소 앞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래피티가 있는 몇몇 작은 건물들과 나무와 새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비둘기들은 간혹 무리를 지어 비행을 하다가 내려앉곤 한다. 나도 날 수 있었으면… 가벼운 동네 산책으로 시작한 길이었지만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내 발에 달린 뇌가 가진 호기심은 나를 쉽게 다시 숙소로 데려다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걸었다. 또한 눈으로 사진으로 담았으며 또한 저 앞에 보이는 작은 모퉁이를 향해 아무런 저항 없이 걸었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뇌는 잠시 off 된 상태였다. 결국 어제저녁 도착한 뒤셀도르프 중앙역까지 가서 그곳에 있는 서점을 둘러보았다. 저녁에는 보이지 않던 곳에 서점이 있었다. 두루두루 둘러보고 (앗.. 지금 내 앞에 멜빵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지나갔다) 교통카드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잠시 지켜보다가 들어가서 문의를 하기로 했다. 들어가서 그냥 물어보려는데 남자 직원이 저기 있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달라고 했다. 그래야 자기를 지정한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번호표를 눌러) 물론 대기자는 없었다, 다시 물어보았다. 여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떤 교통패스를 구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그는 2.9유로짜리 티켓에 대해 이야기했고 1일권, 2일권, 일주일권에 대해 알려주었다. 고맙단 인사를 하고 나섰다. 역을 나와 잠시 걷다가 … 어차피 나는 필요할 텐데 그냥 지금 사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그에게로 갔다. ‘다시 왔어요’ 하하.. 나는 이틀권을 사며 일주일권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일주일권은 모바일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스탬프를 찍는 순간부터 시작이니 가능하면 늦게 찍으라는 조언을 주었다. 숙소로 걸어오는 길은 가던 길의 건너편으로 걸었다.
돌아오며 생각한다. 지난밤의 글과 지금의 걸음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나의 여행, 일정, 그리고 목적점…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라’
숙소에서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방에서 짐을 정리해두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엔 관광안내센터가 목적지다.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향한다. 위치는 호텔 리셉션에서 들었다. 이제 서서히 이 동네는 나의 동네가 되어간다.
트램 709번을 타고 TV 타워와 건축물단지 그리고 강이 있는 곳으로 가길 추천받았다. 애초 괴테 박물관을 먼저 가볼까 했는데 경로를 수정했다. 거긴 다음에 가도 되니까… 지금 타워 180미터 상공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날고 싶다.
가로수들은 아주 특이한 형태로 관리되어 자라고 있었고 너른 강물을 아주 기다란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배에는 쓰레기인 듯 공장에서 나온 철재스크랩인 듯한 것들이 가득했다.
계속 연상되는 영상의 장면들이 있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일본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오랜만에 예전에 마음을 나누던 여자를 만나러 홀로 미국으로 떠나서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도시를 돌아보고 회상한다. 그 장면 속 남자 주인공과 나의 방황, 배회가 자꾸 겹쳐진다. 물론 상황은 많이 다르다.
안내센터에서 추천해 준 방법을 따라 강변을 거닐며 건물과 주변을 즐기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을 거닐며 시간을 즐기고 함께임을 즐기고 있었다. 줄지어 있는 맥주집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계단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이야기를 한다. 간이 놀이공원 같은 곳에선 손잡이를 돌리면 음악이 나오는 기계를 가진 할아버지가 있고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빙 둘러 있다. 나도 오래 걸은 터라 점심을 해결한다. 1.5유로에 감자튀김 한 접시. 조금 두툼한 감자전 같은 거에 애플소스를 끼얹어 준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소스가 잘 어울린다. 먹고 나니 목이 말라 사람들이 사서 마시는 걸 유심히 보았다. 일회용 컵이 아니라 머그잔을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에서 마신다. 아.. 저렇게 하면 컵은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한 판매대에 가서 물어봤다. 저게 뭐냐고… 뱅쇼라고 한다. 물론 풀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7유로. 비싸다 생각하며 다 마시고 난 후 잔은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잔을 가져오면 3유로를 돌려준다고 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이 깔려 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볍게 점심을 하고 주변을 좀 더 걸어 다녔다. 어느 방향으론가 걷다가 지도를 열었다. 근처를 보니 미술관이 있었다. 가볍게 경로변경. 대략 15분 정도 골목을 몇 번 돌고 돌아 걸어가니 가까워진다. 중간에 활기찬 청년들이 건물밖에 나와서 웃고 장난을 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무슨 학교인가 싶었다. 어떤 학교인지는 곳 알게 되었다. 그 학교를 조금 지나 마주친 곳이 화방이었다. 그리고 다시 지도를 보니 kunstacademy dusseldorf라고 나왔다. 뒤셀도르프 예술학교. 그 화방의 간판은 커다란 물감튜브였다. 잠시 들러 화구와 재료들을 구경하고 엽서를 하나 샀다. 보들보들하고 가벼운 다이어리에 손길이 갔지만 참았다.
마침내 가까워온다. 중간에 하나 더 들렀다 간 것만 제외하면.. 작은 갤러리가 있기에 들어가서 그림들을 구경하고 안내엽서를 몇가지 골라서 나왔다. 드디어 미술관 입구 도착..
뭉크전을 하고 있다. 맙소사…
13유로에 뭉크전과 소장품을 감상하기로 했다. 무거운 가방과 옷 한 겹을 케비넷에 보관하고 가볍게 돌아본다. 공간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르고 들어섰다가 한참을 보았다. 뭉크전에선 그의 시선에선 세상이 어떠했을까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 눈엔 세상이 어떻게 보였기에 저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하고. 내가 다다른 한 지점은 그의 눈에 세상은 마치 이글이글 불타 오르거나 다 타고 녹아내리는 곳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시된 작품들 중에 나의 눈을 끄는 몇몇 작업이 있어 다시 돌아서 보고 또 보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건너편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뭉크전은 1층에만 한정되어 있었기에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소장품이 있는 kunstsammlung 이란 곳은 다니다 보니 엄청나게 큰 공간이고 소장품 또한 엄청났다. 파울 클레, 피카소, 마그리드, 몬드리안, 볼탕스키, 요셉 보이스, 리히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작업들이 공간 깊숙한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리히터의 작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안내하시는 분께 사진을 부탁했다. 그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전시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전체를 다 보기 전까진… 마침내 해가 넘어간 이른 저녁 6시 전시장을 나와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물론 중간중간 나의 관심을 끄는 요소들이 널려 있었다. 사설 갤러리, 우편취급소, 화방, 사람들이 즐기는 시내 한가운데 있는 아이스링크, 많은 쇼핑상가들.. 불이 휘황찬란하다. 중심가이고 또한 크리스마스에 연말이 다가오니… 숙소로 오는 트램은 어제와 다른 곳에 내려주었고 나는 마트로 가서 저녁거리를 사서 들어온다. 하나하나 살 수 있는 과일들 중에 배와 사과를 고르고 빵과 샐러드를 선택했다. 탄산수도 하나… 밖으로 다닌 첫날이라 무리를 했는지 다리가 너무 아파 저녁을 먹고선 잠시 누워 쉰다는 게 거의 새벽 한 시까지 자버렸다. 이 시간 한국은 9시니까 아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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