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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기 위한 정리_유럽80일 #1 본문

80 Days in Europe

다시 떠나기 위한 정리_유럽80일 #1

smartjoe 2022. 8. 20. 04:42

 

 

코로나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기차를 많이 탔다. 늘 창에 붙어 흐르는 풍경에 빠졌다.

 

 

 

삶은 명사라기보다는 동사에 가깝다

 

 

하나의 삶이 시작되었다. 뛰고 오르고 다녀야 할 산과 물이 둘러싸고 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그곳에서 열 번의 겨울을 보냈다. 어느 겨울 밤새 숨 막힐 듯한  적막을 틈타 내린 눈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며 그 인장을 찍었다. 아침 방문을 열었을때 펼쳐진 하얀 세상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광대한 도전이었다. 친구들과 동네 형, 누나들과 깔깔대며 뛰어다니고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서로에게 던지며 귀가 빨개지고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렸다. 그 꼬맹이가 이제는 또 다른 세상의 겨울을 보려고 길을 나선다. 어느 새 마흔 번 이상의 겨울을 보았으나 이번 겨울은 내 인생 첫겨울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은 이미 크리스마스와 함께 따스한 겨울

 

 

 

동사로서의 삶을 찾아 길을 나선다.

 

 

 

 

밤새 집요하게도 졸라대는 칼바람에 모든 잎들을 내어 줘 버린 나무들은 버석버석 마른 등걸 그 주위로 낙엽들을 긁어모은다. 어쩌면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 잎을 떨구어 덮은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긴긴 겨울밤 온기를 위해 이불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어느 계절에 더 가까울까? 이듬해 봄을 기대하며 모든 것을 내던지고 속으로 속으로 견디고 쌓으며 준비하는 겨울의 나무처럼 나 또한 슬금슬금 주변의 낙엽들을 쓸어 모으며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행히 나에겐 고마운 낙엽들이 많이 있어 이 겨울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몇 번의 버림과 도전을 결행하며 살아온 나의 시간들은 지금의 자리에 나를 데려다 두었고 이번 겨울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향해 나를 보내려 한다. 3개월 간의 이방인이자 탐험가이자 사냥꾼. 유럽에서의 겨울을 맞이하러 내일 나선다. 때때로 즉흥적으로 길을 나서고, 목적지를 정하고 운전을 시작해도 갈 때마다 중간과정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여행 또한 결정한 것은 거의 반년이나 되었지만 중간중간 준비과정은 우연히 나선 산책길과 다르지 않았다. 출발을 앞두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도착해서 눈이 이끌고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느긋하게 생각하다가 이틀 전에야 첫 숙소를 예약하고, 출발전날 아침에야 현지에 도착해서 이동할 첫 기차를 예약했다. 아무것도 아는 것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일단 첫날의 목표인 숙소까지만 무사히 도착하면 앞으로의 3개월은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낙관주의자다.

 

 

전쟁같은 첫날을 보내고 시작한 새로운 일상

 

 

길을 떠나야 돌아온다.

 

나의 작은 마당에도 하루아침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 빛의 변화가 눈에 띌 만큼 드라마틱하게 노란 은행 단풍이 텃밭을 덮고, 봄과 여름 아침마다 나를 분주하게 하고 달뜨게 하던 그 꽃과 잎들은 새로운 태양의 길이에 맞는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고 서로 덮어주느라 밤낮없이 서걱거린다. 끊임없는 움직임. 그것이 삶이자 생명이다. 때로 운전을 하다가 !’ 하는 순간이 있는데, 길가에 있는 가로수와 길과 그 주변의 것들이 완벽하게 타이밍과 프레임을 맞추어 최고의 상을 보여주는 순간과 지점을 지날 때다. 이는 단순히 그 어느 언저리 적당한 곳과 때가 아니라 바로 그 지점,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한 걸음 내딛으려 하는 이 순간과 향하는 장소가 바로 그 지점, 그 순간이기를 기대한다. 나의 눈앞에 펼쳐질 그 길에 완벽한 순간들이 때때로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고 그 순간을 잘 포착하고 그 감정과 감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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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두서없는 유럽 여행기를 사진과 영상

그리고 매일의 일기들로 남기는 프로젝트

 

2022년 캐나다 여행을 앞두고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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