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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뒤셀도르프, 쾰른, 뮌스터 그리고.. 본문
- 한 해의 시작을 앞두고 지난해의 마지막 날 일기를 옮기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두 개의 시간을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하나의 시간에서는 벌써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현재 머물고 있는 나의 시간에서는 아직 몇 시간 2019년이 남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전날 들었던 뮌스터 성당 광장에서의 마켓을 보려고 움직였다. 어제저녁에 수선집을 찾으러 다녔던 그 골목에서 한 집들의 성만 넘으면 뮌스터 대성당이 있는 곳이었다. 밤이고 첫 길이어서 알지 못했다. 저녁에 갔던 길 그 옆길로 가니 대략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벌써 장을 펼치고 다양한 물건들을 뽐내고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보았던 그런 품목에 더하여 더욱 많은 꽃들과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양말, 스카프, 가죽제품, 빵, 캔디, 커피, 차, 햄, 견과, 생선 등 많은 것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밖에 놓여진 테이블에 둘러서서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바퀴, 두 바퀴 구경을 하고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 시장이 왁자지껄한데 반해 성당 안은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찬찬히 둘러본 뮌스터 대성당은 쾰른 대성당과는 다르게 어쩌면 소박한 온기가 전해졌다. 작게 나누어진 기도하는 공간들은 사람을 누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공간에 좌우 두세 줄씩 의자가 놓인 좋은 공간이었다. 원래 신과 인간의 관계 혹은 거리는 이처럼 가까워야 하는 것 아닌가? 영어로 말했을 때 intimate 한 그러한 정도로. 하지만 지금의 대형 교회와 성당, 절은 점점 그 거리를 더 넓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씁쓸함이 스며든다.
곳곳으로 이어지는 문들은 대부분 열려 있어 이리저리 둘러 보던 중에 들어선 중정에는 이제껏 지내신 신부님들을 모신 듯한 비석들이 줄을 지어 누워 있다. 하나하나 차지한 그 좁은 면적은 생전의 소박함이나 아니면 인생의 종착지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어쩌면 이제껏 이곳에 와서 다니며 보았던 성당과 교회의 공간들 중에 가장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공간과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시 밖으로 나와 시장을 돌며 오늘과 내일 먹을 과일과 몇 가지 간식거리를 샀다. 계속 들고 다닐 수는 없어 숙소로 돌아와 짐을 한번 정리하고 다시 나서기로 했다. 들어오니 허기가 져 어제 산 빵과 과일들을 조금 먹고 쉬었다. 점심이 먹고 나선 시간은 대략 12시가 가까워졌던 것 같다. 어제 듣기로 시장은 대략 12시쯤까지 할 거라 했다. 그래서 다시 시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착한 시장은 곳곳이 이미 마치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돌아보다 내 미각을 끄는 튀김냄새에 이끌려 생선튀김을 사려는 줄에 나도 기다렸다. 그 바로 옆은 이미 마지막 주문이라며 문을 닫고 있어서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잠시 기다려 칠리소스와 생선튀김을 받았다. 따뜻하게 갓 튀긴 생선튀김은 그 기름의 느글거림으로 내 속을 포만감으로 채워 주었다.
순식간에 다 먹은 다음 성당을 뒤로하고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뮌스터에 오면 가고자 했던 미술관이 오늘을 휴관이어서 뮌스터시 다른 곳을 무작정 돌아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방향은 일단 서쪽으로 잡았다. 서쪽으로 가고픈 만큼 가다가 북쪽을 방향을 돌렸다. 앞으로 가다가 뒤로 가다가, 때론 뒤로 돌아서 가는 것보다 앞으로 보며 뒷걸음을 쳤다. 그렇게 구경하며 사진으로 남기며 북쪽으로 오래도록 걸었다. 더 이상 가면 안 되겠다 싶었을 때 동쪽으로 방향을 다시 돌렸다. 이대로 동쪽으로 얼마간 가다가 남쪽으로 향하면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전시장과 갤러리, 공원을 여러 곳 다녔지만 그 공간과 전시의 흥미에 따라 내 몸도 달라짐을 느낀다. 전시가 재밌고 멋진 작품을 마주하면 몸의 피곤이 줄어들고 전시나 공간이 그저 그런 경우에는 피곤이 배가되곤 했다. 오늘의 일정은 좋았지만 너무 많이 걸었다. 중간에 몇번 앉아 쉬었어야 했던 것 같다. 막판에 휘적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숙소에 돌아와 짐을 모두 풀고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마치 술이 취한 듯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속이 울렁거렸다. 잠시 힘을 빼고 침대에 누워 쉬었다. 그래도 뭔가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들이 있어 몸을 온전히 쉬게 두진 못했다.
독일 사람들의 합리적인 것 하나 더
아침에 마켓에서 나도 커피를 한잔 사서 외부의 테이블에 사람들 틈에 끼어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켜본 것은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잔은 잔대로 모으고 받침은 받침대로 그리고 스푼은 스푼대로 정리해 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정도 모이면 일하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그대로 들고 어딘가로 가져가 씻어서 가져온다. 저번에 외부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머그컵에 사람들이 음료를 마시며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물음과 해결책이었다.
시장에서의 이야기 하나 더
돌아다니다가 가죽이랑 세무 장갑 그리고 아기신발을 파는 곳에 멈춰 구경하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는 친절하게 이것저것 이야기해주고 어디서 왔는지도 물어보고 자기 아들 이야기며 자신의 여행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만난 것까지 이야기해 주었다. 40년 이상된 결혼생활이라고 했다. 이쁜 신발을 구경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아저씨가 뒤따라와 성당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들어가 봤냐고 물어본다. 나는 들어가서 구경하고 왔다고 아주 멋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 더
견과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묶음으로 된 것이 있어서 사려고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뭔가 하나를 가리키면서 독일어로 마구 이야기를 하시는데 못알아 듣는다고 하니까 그래도 계속 이야기하다가 한 가지 견과에 대해 먹을 수 있겠냐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거라도 괜찮다고 했고 아저씨는 시식해 보라며 하나를 주셨다. 나는 기쁘게 받아서 그 자리에서 먹었는데 별달리 강하다거나 힘들지 않았다. 나는 몇 가지를 더 먹었고 아저씨와 내 옆에 기다리고 계시던 할머니는 웃으셨다. 잠시 후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화이트 초콜릿을 하나 주셨는데 그 할머니가 나에게 따라와 초콜릿을 주셨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속의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어쩌면 더 오래 나의 기억에 남아 나를 살찌우는 양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woojaeoh, #photographer, #3months, #ineurope, #germany, #mu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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