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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Essen, Folkwang museum 본문
Essen, Folkwang museum
경로와 비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그냥 다녀오기로 했다. 뒤셀도르프에서 약간 북동쪽에 있는 Essen의 Folkwang 미술관. 아는 분의 추천도 있었고 여기 뒤셀도르프 숙소에서 만난 독일분도 추천을 해주셨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이동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략 30분 정도. 내려서 걸어가는 길은 한산했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은 적었는데 얼마간 있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이리 저녁시간이나 오후 시간부터 음식점이나 카페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주말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사람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주말에 여는 가게가 적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날도 일요일이라 지나는 에쎈의 거리에는 닫힌 가게들이 많았다. 드문드문 연 가게에는 빼곡하게 앉아 커피나 빵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Folkwang 미술관은 작지만 컬렉션이 좋은 곳이라는 추천을 받은 터였다.
그렇지만 기왕에 온거 기획전시도 보기로 했다. 사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사용한 비용은 크게 들어가는 숙소 이외에는 대부분 전시장 입장료와 전시장까지 가는 교통비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것만 해도 비율이 꽤 된다. 부담도 꽤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두 눈 질끈 감고 입장한다. 내가 얼마나 긴 시간의 비행을 참고 이곳에 도착했는데 하면서. 지금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는 산업화와 그와 연관된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여성이라든가 기계화 등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룬 듯했다. 물론 몇 가지의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 주제도 한 분류에서 조금씩 장면을 바꿔가면서 공간에 펼쳐져 있었다. 영화나 포스터에 대한 내용, 예술과 광고시장, 캐릭터 등에 이르기까지 분류가 점점 세분화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 작가의 개인전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몇몇 인상 깊은 작업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획전을 다 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니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시장이 열개 이상의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은 Permanent show 또는 Exhibition이라고 불렀다. 내가 방향을 잡은 전시장의 초입에는 Otto Dix의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작업은 강렬하고 거칠고 날카로웠다. 지나면서 다시금 나타나는 그의 작업엔 최소 한번 이상의 눈길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전시장에서는 이전 Kunst Palast의 컬렉션에서 보았던 유명한 대가들의 작업들이 곳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작품에서는 잠시간의 태양빛이 비칠 때 진정 그 작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그림 속에 빛이 있음이 전해졌다. 지나는 나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나를 붙잡는 그림들과 헤어지기가 너무 어려웠다.
거의 막바지에 이른 전시장에는 세잔, 모네, 고흐, 쿠르베, 고갱, 마티스의 작업이 한 방에 다 있었다. 각각의 작업은 나를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다. 세잔의 그림에서는 어딘지 모를 장난기가 전해지는 붓터치가 있고 고흐의 그림은 감추지 못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붓질에 전해졌다. 그리고 모네의 그림은 흔들리는 감정이 전해진다. 수련의 표현에서 보이는 것은 물결의 일렁임이겠지만 어쩌면 그러한 일렁임을 보며 느끼는 모네 자신의 감정상태를 담은 게 아닐까..
빛이 흘러 들어왔을 때 모네의 그림에선 빛이 났다. <The water-lily pond. 1961>
구스타브 쿠르베의 1860년 작품 <The oraguay rock>에서는 짙은 그린의 전체적인 배경과 그 하단의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목선과 한 사람. 진지함과 무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디테일한 나무의 모양과 바위의 거친 느낌을 표현한 색상은 그 거대함에 대한 전달로 충분하고 원근으로 보아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르는 바위와 그 높이의 언덕은 왠지 모르게 크고 멀게 느껴진다. 그 고민과 색상의 깊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갱의 조심스럽고 약간은 소심한 듯한 작품 옆에 있는 고흐의 작업은 거친 들판을 달리는 마차 위에 앉아 말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더 빨리 달릴 것을 요구하는 마부같다.
그 옆의 마티스는 가면을 쓰고 다음엔 무슨 장난을 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장난꾸러기 같다. 한 줄로 서 있는 이 작가들의 작품앞에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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