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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Insel Hombroich / Langen Foundation 본문
Insel Hombroich / Langen Foundation
엄청난 기대를 안고 아침을 맞이했다.
뒤셀도르프에 온 이래 거의 시내중심가와 old town에 있는 전시장과 미술관, 박물관을 둘러보는데만 거의 시간을 보낸 터라 조금 벗어난 곳은 처음이었다. 또한 한국에서 본 자료에서 점찍어 둔 곳이라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역으로 걸어가는 길도 가벼웠다. 도착해서 얼른 플랫폼으로 올라가 기차를 기다렸다.
S11. 내가 타고 갈 기차다. 시간이 조금 남아 다른 기차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지켜보았다. 경찰들은 수시로 이리저리 다니며 뭔가 있는 듯 아니면 뭔가 없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조금 더 기다려 기차가 도착하고 얼른 올랐다.
라인강을 건너 Neuss 지역으로 진입했다.
강을 건너서 좌측으로 보이는 곳은 자동차들이 많이 주차해 있었다. 공장들이 좀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많은 쓰레기들을 반듯하게 재단해 놓은 것처럼 사각형의 산들이 줄지어 있었다.
조금 더 지나 Neuss hbf(노이스 중앙역)에 도착했다. 경로를 살펴보았을 때 환승!!이라고 적혀 있고 그다음 번호도 같기에 어쩌나 하다가 일단 내렸다. 환승이라니…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그냥 가는 거 아닐까? 그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으나 다음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많은 고난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내릴 역은 Neuss Sud(노이스 남역)라고 한 구간이다.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몇분 안에 버스를 환승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기차를 타면 그다음 버스는 한 시간 후에나 있다. 이런 도미노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그다음의 시간들은 이제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대략 10여분을 기다려 다음 기차를 타고 한구오래간만에 내렸다. 역사도 없는 작은 간이역이었다. 내려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나가니 길 바로 건너편 20미터쯤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두 사람.
당연히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벌써 출발.. ㅠㅠㅠ
다음 버스는 한시간 기다리면 온다고 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걸으며 동네 구경삼아 가지 뭐. 거리는 5킬로가 조금 더 된다. 시간도 한 시간 걸린다고 한다. 그래.. 걷자 하고 마음먹고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 첫발은 아주 큰 발걸음이 되었다. 중간중간 구경을 하고 주유소 매점에 들러 음료를 하나 사고 화장실을 한번 사용하고 계속 걸었다. 지나는 차들에 손을 들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본 채도 없이 쌩! 내가 무서워 보이나? 아니면 그냥 그런 문화가 아닌가. 길가는 아무개가 차를 세워달라니 누가 세워주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간에 몇번 버스 정류소를 지날 때마다 기다릴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힘들게 걸으면서도 하나씩 보이는 장면들에 기분이 좋았던 그 순간들로 인해 계속 걸었다. 마지막 15분 정도가 되었을 때는 왼쪽 무릎이 많이 아팠다. 조금 속도를 늦추고 몸에 힘을 빼고 걸었다. 마침내 길가에 Insel Hombroich 표지판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을 이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게 뭐라고…
그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길을 건너 나가는 버스 시간표를 우선 확인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게시된 시간표를 찍어 둔다. 요일마다 다르니까 확실히 알아야 했다. 그리고 곁에 지나가는 연세 좀 되어 보이시는 여성분에게 이 방향이 맞는지 물어 확인을 했다. 들어가면 좋은 전시장과 정원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작은 카페가 있는데 거기 있는 음식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라 알려주셨다.
진입로로 직행. 들어가서 표를 사고, 두 곳을 다 보는 입장권은 20유로. Langen Foundation도 갈 것이기에 둘 다 갈 수 있는 입장권으로 구입했다. 가방을 두고 잠시 숨을 돌렸다. 마음을 잠시 여유롭게 하고 Insel Hombroich로 들어섰다. 말 그대로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 한 장 있는 브로셔를 들고 벌판에 들어섰다. 길이 있으니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은 앞에 지나갔다. 나는 혼자 천천히 이리저리 구경하며 건물구경, 나무구경, 물구경을 하며 다녔다. 간혹 몇몇 건물에 작품들이 있었지만 누구의 작품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저 지도에 그려진 건물의 대략적인 모양으로 이게 몇 번 건물이겠구나 하고 다녔다. 구불구불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라이엔을 보고 나와 버스를 타려면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내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략 13, 14번 건물쯤 되는 것 같았다. 서둘러 카페 건물인 16번 건물로 향했다. 정말 간단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먹고 나무 아래 아름답게 구성된 테이블과 벤치를 보며 몸과 마음을 달랬다.
카페에서 나오면 제일 처음 들렀던 건물이 보이는데 … 아마 나는 다시 먼 길을 돌아 그 건물에 도착했던 것 같다. 안내소에 들어섰다.
참..
아까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던 여성분에게 여행을 와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작은 달력을 선물했다. 우연히 마주쳐 따뜻하게 처음 대화를 나눈 분이라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하며 가지고 다니던 달력을 드렸다. 보시고는 표지에 적힌 글이 무슨 뜻이냐며 물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인생은 행복이 된다”. 영어로 대략 설명을 드렸는데 그걸 자기 메모장에 적어달라고 하시려고 다시 이곳에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메모장에 적어 드리고 명함을 전했다. 그분의 명함도 받았다. 서로 감사를 전하며 길을 떠났다.
랑엔 파운데이션으로 들어가는 길도 꽤 길어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왕복이니 진입로 시간만 30분이다. 나가려고 하는 시간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남았으니 많지는 않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들어가는 중간에 있는 노란.. 무슨 나무가 있는데 봄이었으면 아주 이뻤을 거라고 하셨다. 나도 다른 계절에 다시 독일에 왔으며 좋겠다. 걸음을 빨리해서 랑엔의 첫 건물에 도착했다. 닫혀 있었다. 그 맞은편 대각선의 두 건물도 닫혀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쟁반 같은 건물에 불이 있기에 들어갔다. 남자 두 분이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었는데 ‘여기 지금 전시장은 닫혀 있는데 둘러보는 건 괜찮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밖에 걸린 현수막을 보내 박물관이 겨울휴관이라고 … -1.9까지.
그래도 안으로 계속 걸어 메인 안내소로 갔다. 입장권을 보여주고 관람 안내를 받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익숙한 작업들이 보인다. 한국작가 박서보, 김민정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들도 보았지만 건물도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질감이나 구성을 보았다. 결국엔 전시는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안내하는 사람도 계속 따라다녔는데 아마 사람이 없어서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다. 나와 한국인 가족 하나.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였다.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이번에는 실수 없이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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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el hombroich Museum
미술관으로 뒤셀도르프 남쪽 소도시 노이스(Neuss)에 있다.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세계의 숨겨진 미술관 TOP 10>에 오를 만큼 특별한 공간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자료조사와 공부를 통해 점찍어둔 곳이었다.
* 위치정보는 구글지도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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