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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Days in Europe

K21 / Booxycle

smartjoe 2024. 10. 24. 01:00

K21 / Booxycle

 

<원래 예정된 계획은 휴식이었다.>

이제 독일에 온 지 열흘. 정말 하루도 가만히 있질 않고 다녔던 것 같다. 물론 매일 새벽 시간에 눈을 뜨는 것도 여전하기에 일어나 앉아 글을 쓰거나 아주 피곤한 날에는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더 쉬려 했다. 하지만 정신이 깨어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육체도 깨어있기에 정신도 따라 깨어나기도 한다.

전에 알아 두었던 벼룩시장을 살짝 둘러 보고는 숙소로 돌아와 그냥 쉬다가 정리도 하고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웬걸. 찾아두었던 벼룩시장은 휴무일이었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찾아두었던 근처 헌책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은 헌책방은 아담하게 생겼고 젊은 사장님 혼자 앉으니 꽉 차는 책상 하나에 구석구석 책꽂이가 가득했다. 들어서니 15분 정도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괜찮겠느냐며 물어온다. 괜찮다고 하고 내가 찾는 책이 있는지 물어본다. 잠시 고민하더니 자기는 잘 모르고 일하는 여직원이 잘 알 텐데.. 하며 그래도 어느 구역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며 알려준다. 잠시 둘러보고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근처 건너편에 공원이 있는 것을 그전에 보았기에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낮은 물이 있는 연못이 두개 있고 그 안팎으로 그리고 하늘로 비둘기들이 가득하다. 사진을 찍는 한 사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연인. 햇볕을 찾아 벤치에 자리를 잡으신 할머니. 추운데 가벼운 옷을 입고 어깨를 들어 움츠리고 걸어가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열 살 전후로 보이는 아이들 셋이 지나갔다. 저 건너편에는 조금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젊은이들이 몇 있고 햇살은 터널처럼 빼곡하게 만들어 둔 곳에 매어둔 나무들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온다더니 아직 안 오는 건가 싶게 날씨가 좋은 날이 꽤 있었다. 복 받은 것일까?

그냥 공원에 있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아… K21로 방향을 수정했다.

아.. 오늘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구나…

걸어서 한참을 움직였다. 중간중간에 있는 건물과 음식점들도 눈여겨 보고. 사실 여기 와서 한국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열흘 정도 지났는데 간혹 숙소에서 라면 비슷한 것을 끓여 먹거나 가져온 간편 북엇국을 먹거나 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지나는 길에 있는 동남아 음식점들에 눈이 갔다. 어쩌면 저녁에 들어가는 길에 가서 먹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주위를 살피며 걷다 보니 어느덧 작은 연못을 앞에 둔 K21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여느 공간과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사고 가방과 옷을 보관한다.

거의 모든 전시공간은 기획전과 컬렉션 상설전시를 같이 진행하는 것 같다. K21도 마찬가지로 기획전으로 Carsten Nicolai <Parallax Symmetry> 전시가 2020.1.19까지 진행된다. 지하에 있는 전시장에 내려가니 아주 특이하고도 깔끔한 실험실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중간에 육각의 거울로 제작된 큰 조형의 중앙 두개의 구멍에선 노란색의 레이저 빛 같은 것이 서로를 향해 방출되고 있었다. 그 빛이 허공을 지날 때 수많은 먼지와 부유물들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벽에 찍힌 엄청난 수의 사각 점들은 특정한 거리에 닿으면 마치 잠자리 눈을 보는 듯 입체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전시장을 다니다 보니 이러한 시각적 간섭이랄까 그런 효과를 가진 작업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오래된 작업들 중에도 있지만 최근의 작업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방식과 재료의 차이랄까.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그 효과를 처음으로 알아 챈 사람은 누구일까?

 

[뭔가 자기내부의 철학이나 사상이 무르익어 몸에 배고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서도 만들어 내고 몸이 스스로 그 철학과 한 덩이가 되어 표현하는 단계에 이른다면 최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한 머릿속에만 있고 현실화되지 않은 작업은 아직까지 없는 것이다. 무한한 시도와 도전을 거치고 다듬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완성에 이르는 것 또한 필요하다.]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며

‘아… 저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가는 만들었네. 그리고 좀 더 고민해서 이런 단계까지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역시 작업은 호기심과 관심을 현실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물론 상품이 아니기에 돈으로 바로 환산되지도 않고 반드시 환산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과 그에 따른 보상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강요되지 않는 선택, 개인의 표현욕, 곁눈질하지 않는 전진, 이러한 것들이 작가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아닐까?

 

지하의 전시를 거쳐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나머지 층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거의 컬렉션인 듯 했다.

4층에선 특이하게도 엄청난 와이어와 그물들로 허공에 바닥을 만들어 두고 그 위를 사람들이 걷고 기어 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무슨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인가 했지만 이내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거란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 옷과 신발을 갈아 신고 주의 사항들을 들은 다음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한 곳에 너무 많이 모이거나 발을 딛는 위치 등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듯했다. 나도 한번 시도해 볼까 했지만 내려다볼 엄두가 나질 않아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위에서부터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각 층의 전시를관람했다. 그중 인상적인 작품은 캐나다 작가 커플이 만든 공간인데 그 공간 전체는 마치 어느 은둔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둔 것 같았다. 낮은 조도의 조명과 사운드까지 그 작업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라 하는데 입장할 수 있는 인원도 한 번에 서너 명으로 제한되었다. 입구의 문을 열 때 나는 소리도 전시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작업은 도자기작업이었는데 작은 판 위에 인체의 형상을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고 색깔을 입혀 만든 것이었다. 구체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인체의 자세와 표현위치, 기법 등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K21  뒤셀도르프에 있는 현대미술관

https://maps.app.goo.gl/pWgMKv6xz1bgSZJ78

 

Kunstsammlung · Ständehausstraße 1, 40217 Düsseldorf, 독일

★★★★☆ · 현대미술관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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