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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이고, 길을 나서다 본문
슬픔을 이고, 길을 나서다
내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입국장으로 사라지던 너의 모습은 2011년. 어쩌면 그 큰 배낭에 지금의 내가 이고 지고 다니는 이 깊은 슬픔을 담고 떠났을지도 모른다.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 깊은 슬픔의 원천을 끌어안고 1년을 보내고도 어쩌지 못해 캐리어에 나누어 담고, 그때의 너처럼 길을 나섰는지도 모른다. 잠을 자다가도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 크게 대답을 하고선, 그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울었던 밤들, 스쳐 지나가는 뒷모습이 혹시 너일까 싶은 기미만 스쳐도 눈물이 가득하던 순간들이 조금은 지나갔을까 했던 나의 오만이 지나쳤다. 아직 나는 이 슬픔의 바닥까지도 짚어 내려가지 못하고, 내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가슴에 꼭꼭 채워서 다니고 있다.
삶은 어찌 이리도 미세하게 짜여 있는지, 어딜 다녀도 떨쳐버릴 수 없구나. 나의 삶이 끝나도 이 슬픔이 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구나.
이 슬픔을 어찌해야 좋을까…
알 수 없는 날이다.
하늘에는 하얀 태양이 둘이 떠서 나를 따라오다 숨었다가 반복하고, 지나가는 순간 스쳐 지나간 너의 뒷모습은 내 가슴을 저 지하 바닥끝까지 내동댕이 치는 순간이 이어졌다. 무언가 쫓기듯, 쫓는 듯 나선 길은 어느덧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발걸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아직 끝이 오려면 멀었다. 걸어야 할 날들과 거리가 내 눈앞 저 멀리 펼쳐져 있다. 지금의 순간은 그 긴 시간의 선들에선 시작점에 불과하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아른햄의 숲은 깊고 깊어 나의 마음과 같다. 조금만 걸어도 방향을 알 수 없는 깊은 숲이 되는 것도 내 마음과 같다. 아주 깜깜하고 깊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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