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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Days in Europe

"전시와 역사 속으로 떠난 하루"_헤이그에서

smartjoe 2024. 12. 1. 14:12

비 오는 아침, 긴 밤을 지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다

쉽지 않은 밤을 보내고 마침내 어둡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이 왔다. 긴 밤, 잠을 설치기도 하고 피곤에 곯아떨어져 정신없이 자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피곤한 와중에도 지난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일어났던 일들을 남기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아마 다시 기억하려면 쉽지 않으리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또한 얽혀 어느 것이 언제 적인지 헷갈리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간단한 아침, 바쁜 거리 속으로 나서다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길을 나서면 언제 다시 먹을지, 언제 다시 숙소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날들이 많았기에, 그래도 전날 장을 봐 둔 것으로 간단히 차와 과일, 빵을 조금 먹고 길을 나섰다. 사람들은 자전거와 차로 바쁘게 움직인다. 어둠이 일찍 오고 늦게 물러나는 이곳의 겨울은 신기하다. 사람들은 언제 일하러 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집으로 가는 시간이 되면 보인다. 아침은 분주하다. 학생들도 보이고 직장인들도 보인다. 벌써 출근해서 회의를 하고 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조용히 열리는 가게들, 작은 기대 속 걷는 길

동네 빵가게, 초콜릿 가게, 와인 가게, 치즈 가게들은 내가 나선 이후 대략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가게를 열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다란 바게트를 몇 개 사서 가는 사람, 카페에 들어가려고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내가 잠시 앉아서 목을 축일 수 있는 또 다른 카페가 있겠지,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있었다. 때론 그다음에 카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 또한 있었다.


길을 걷다가, 어느 작은 다리에서 멈추다!!

그래도 오늘 가고자 하는 곳이 꽤 거리가 되는 것 같다. 지도로 봤을 땐 그리 멀지 않겠거니 했지만 실제 출발하고 보니 중간 지점도 멀었고,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 약속시간이 있기 때문에 조금 서둘렀다. 하지만 내가 걷는 방식이 때론 그 자리에 멈춰 돌아보고 둘러보고 하며 정함이 없는 방식이라… 오늘도 어느 작은 다리에 멈춰서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 오늘만큼 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었던 적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깊이 빠져 사진을 찍었고, 다시 확인해 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이때 촬영한 많은 사진들로 2020년 개인전을 진행했다.

 

전시에 선보인 사진들중 일부

 


바닷가에 도달하고, 예술의 길을 따라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이후에 올 다른 결과물들을 보며 최종적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오늘의 결과물엔 감사함을 느낀다. 그 시간과 그 순간, 바로 그 타이밍에 그 자리에 내가 있는 듯했다. 다리가 조금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침내 내가 원했던 바닷가에 도착했고, 파도가 오가는 물가까지는 모래사장이 길어 닿지는 못했다. 해안을 따라 있는 조각 작업들을 보며 발길을 옮겼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돌아가는 길에는 트램을 타기로 했다.

 


전시와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역사적 의미

타고 이동하는 중에 약속 장소가 조금 변경되었는데 다행히 타고 있던 트램이 가는 방향이라 환승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어제 친구가 소개해 준 백화점을 들어가 그 안에 보존된 오래된 장식들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곧 친구를 만나 오늘의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가까운 곳에 있는 이준열사 박물관에 들렀다. 역사에는 정말 젬병인 나는 나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그곳에 가보자고 한 것도 고마웠다. 시간이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꼭 보아야 할 내용들을 보고, 내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한 그분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남겼다.

 

 


특이한 전시와 법정 건물에서의 오프닝

특이한 건물들이 있는 곳에 들러 내부 한 곳을 구경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사진 미술관에 들렀다. 로테르담의 사진작가들과 그 아카이브를 소주제별로 전시해서 소개하는 전시였는데, 엄청난 아카이브를 정리하며 앞으로 진행할 전시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였다. 진행될 일정에 대한 비디오 작업을 보니 2021년에 자료에 대한 정리가 끝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오늘의 중요 일정인 다음 전시 오프닝을 위해 잠시만 머물다가 이동했다.


법정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 새로운 경험

오늘 가는 전시장은 특이하게도 관공서 건물이라 들어갈 때 외국인인 나는 여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재판정이 있는 건물로 보였다. Justice라고 하니 법원 건물이려나… 중간에 만난 다른 일행 두 명과 함께 우리는 건물 로비에 도착해서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짐을 풀고, 모자도 벗고, 허리띠도 풀고 엑스레이 검사 장비를 통과해야만 했다. 이제껏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이렇게 한 적은 없었다. 특이한 경험에 특이한 전시 오프닝이었다.


친구들과의 시간, 그리고 저녁식사


Eric과 Sara의 전시. 사진처럼 보이는데 사진이 아닌, 어쩌면 사진의 원형 기술을 적용한 사진, 그리고 페인팅을 하는 Sara의 전시. 둘은 커플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가 회의실 같은 곳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가볍게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획자처럼 보이는 여성분이 앞에 서서 한동안 설명을 하며 이야기했는데, 네덜란드어로 하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친구가 잠시잠시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작가들이랑 이야기하며 물어보면 될 거라고 한다.


이상한 경험을 마친 후, 헤이그로 돌아가는 길

전시장에서 다시 헤이그로 오는 길은 잉그리드의 차를 타고 오기로 했다. 하지만 차는 컸지만 사람은 2명만 타야 한다고 했다. 나는 뒷편 짐을 실을 수 있는 곳에 누워 잠에 빠져 이동했다. 상황이 이상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고 나는 누웠고, 가벼운 진동에 곧 잠에 빠졌고 간혹 내가 코를 고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이그 숙소 근처로 도착해서 친구와 나는 저렴한 중식, 싱가포르 음식을 하는 집에 가서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여러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돌아와 샤워와 빨래를 하고 자료 정리를 하고 글을 썼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방문한 장소들 간단 소개

1.이준열사 박물관 (Lee Jun Yeol Memorial Museum)
이 박물관은 한국 역사 속 중요한 인물인 이준열사의 삶과 그의 희생을 기념하는 공간입니다. 방문자는 이준열사의 업적과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간단한 전시와 함께 그가 겪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사진미술관 (Photography Museum)
로테르담의 사진미술관은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아카이브별로 전시합니다. 특히, 사진작가들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예술적인 접근과 사진 기술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3. Justice of Law Building
이번 전시가 열린 건물은 실제 법원 건물로, 법정 외부 벽면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축물로, 관람객에게 독특한 전시 경험을 제공합니다. 3개 층에 걸쳐 작품들이 전시되었으며, 전시 시작 전 철저한 보안 절차가 필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