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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숲속에서의 여정 본문
대략 2주간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렇게 쉽게 적었지만, 아침부터 이어진 일들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며칠간 혼자 지내다시피 하던 숙소의 마지막 날, 룸메이트가 하나 들어왔다. 마지막 날이라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했다. 가볍게 맥주도 한 모금했는데,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몸이 쳐지고 가라앉아 밤이 오기 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누군가가 부스럭거린다. 일어나 움직이다 눈이 마주쳤는데, 나보다 많이 큰 여성분이다. 깨워서 미안하다며 잠시 준비하더니 외출했다. 나는 잠시 움직이다가 다시 누웠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곤 밤이 늦어 로비에서 자료 검색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방에 올라가니 룸메이트가 자고 있다. 아침을 위해 짐을 챙겨야 했지만, 잠든 룸메이트를 위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조금 부스럭거리겠지만 준비하기로 했다. 일찍 눈을 떠 주섬주섬 챙기고 캐리어를 열었다 닫았다 하니 자연스럽게 잠이 깨우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챙겨 나오는 수밖에.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의 찬 공기 속에 드르륵 거리는 캐리어 소리를 내며 골목을 지나왔다. 역에 도착하니 손이 시리다. 이제 겨울로 들어간다. 긴 여정이 될 것 같아 커피와 빵을 간단히 아침으로 먹고 기다렸다. 시간이 다가올 즈음 열차 상황판을 보니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이 달라졌는지 뭔가 색이 변해 있고 안내 문구가 지나고 있었다. 즉각 안내 센터로 가서 물어봤다. 역시나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출발 전에 알아서 다행이었다. 안 보고 갔으면 그냥 기다리다 일정을 놓칠 뻔했다. 중간에 한 번 환승도 해야 하는데, 안전하게 타고 중간 환승역인 뒤스부르크까지 도착했다.
그 이전에 탄 기차에서 지나갈수록 하얗게 서리가 내린 세상이 나를 유혹했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창에 이마를 맞대고 정신을 잃고 지켜보았다.
카메라를 대고 찰칵찰칵… 하나라도 놓칠세라 한참을 찍었다. 이전 보스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버스를 타고 넘어갈 때가 생각났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해서 버스를 잘 타지 못했는데, 그때는 지나가는 자연 경관이 너무 멋져 숨이 멎을 것 같아 맨 앞자리에 앉아 잠시도 자지 않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대략 7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한두 번 쉬긴 했지만, 오는 날에는 시간이 거의 10시간 가까이 되었고 그때도 마찬가지로 나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기차 이동도 그러했다. 뛰어내리고 싶은 정도였다. 그 하얗고 연한 녹색의 벌판을 뛰어다니며 사진으로 담고 가슴으로 품고 싶었다.
뒤스부르크로 돌아가자면, 거기에서도 안내가 써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기차 뒷부분은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람만 탄다는 안내 같았다. 일단 앞쪽에 타고 자리를 잡았다. 유럽의 기차 시스템은 좌석이 꼭 확보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혹시라도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껏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갔던 적은 없다. 이번에도 자리 예약을 하진 않았다. 사람들이 그런대로 많았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침내 아른험 센트럴 역에 도착. 짐을 끌고 일단 출구로 나가려 하니 출구가 막혀 있다. 사람들은 무슨 카드를 대고 나가는데 나는 아무 카드도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모바일 티켓을 스캔했더니 문이 열어주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나온 듯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물어보고는 길게 한 바퀴 돌아 반대편에 이르렀다. 대략 저기다 싶은 버스 정류장을 확인해 두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메뉴를 찾으러 시내로 조금 이동했다. 다행히 태국 음식점이 있어 오래간만에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으며 속을 데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버스 티켓을 어떻게 사면 되는지 물어보니 요즘은 거의 카드로만 가능하다면서 카드를 살 것을 제안했다. 나는 일단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까 보아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기다리고 있는 몇몇에게 물어보니 버스에서 살 수도 있는데 현금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아니면 내가 나온 역에 가면 교통카드를 판다고 알려준다. 교통카드를 사고 충전한 후 그걸로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 이번엔 반대 방향이지만. 들어가니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장시간의 상담 끝에 카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고, 나는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물어보고 자리에 앉았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하다.
네덜란드어는 또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발음들로 방송되는 지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홉 정거장 정도 가서 환승해야 할 곳에서 내려 안내판을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 번호는 없었다. 바로 맞은편 대각선 방향에 있는 안내판에 내가 타야 할 버스 번호가 있기에 본능을 따라 길을 건넜다. 기다리고 계시는 여성분에게 물어보니… "건너편인데"라고 하시다가 "아니다, 여기가 맞다"라고 알려주셨다. 방향이 반대편이라 잠시 착각을 했지만, 앞으로 가다가 좌회전해서 빙글 돌아서 간다며 여기서 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정류장에 캐리어 두 개를 세워두고 바로 뒤에 있는 가죽 제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구경했다. 잠시 기다리니 작은 마을버스 같은 데 내가 탈 번호판을 달고 도착했다. 8인승 버스라고 적혀있다. 타면서 기사분께 목적지를 보여드리니 아시는 곳이라며 정류장에 세워주겠다고 하신다. 안심이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버스는 구불구불 동네를 돌고 돌아 숲 속으로 달린다. 그야말로 숲 속을 달린다는 말이 맞다. 독일과 다르게 거의 대부분이 단독주택으로 뾰족 지붕이 크고 높게 만들어져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간혹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의 집으로 나올 법한 모양이나 재료로 만들어진 집들도 보였다. 어쨌든 버스는 숲 속 한가운데 나를 내려주었고 간판이 보여 길을 따라 들어왔다. 숙소는 단단하게 보이는 낮은 건물로 숲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앞에 있는 숲으로 들어섰다. 숲에 들어서니 산책하는 사람들이 아닌 듯하고 트래킹 하는 듯한 사람들이 여럿 다닌다. 손에 설명이 적힌 지도를 들고서… 정말 자연 속 깊은 숲의 느낌이라 안내판도 적고 어두운 시간에 들어서면 길을 잃을 것 같았다. 내가 들어선 시간도 오후 4시쯤 되었는데 벌써 어둑해지고 있었다.
뒤를 의식하며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잠시만 들어갔는데도 벌써 깊은 숲이다. 그래도 돌아가진 않았다. 짧게라도 관통하고 방향을 잡으면 차가 다니는 길로 해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곧 도로로 나섰고 길을 따라 걸었다. 가까울 줄 알았는데 꽤 벗어난 곳이었다. 대략 10분 가까이 걸어 호텔 진입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밝은 날에 다시 걸어야겠다.
작은 방에서 밤이 깊도록 움직이며 크고 작은 일들을 챙긴다. 내일의 일정에서부터 2주 후의 일정까지 그리고 바로 목전에 있는 전시 지원 신청서 접수까지. 마지막에 가서야 여기 네덜란드에서의 후반부 일정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는 고맙게도 역으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하고 이후 진행할 일정에 대해 안내해 주고 숙소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준다. 감사하다.
이제 곧 이번 여행의 최고 목적지라 할 만한 곳이 등장할 예정이다 !!!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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