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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네덜란드 (11)
사진, 여행, 산책
짐을 싸고, 떠나는 길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일까, 짐을 전날 저녁에 거의 다 챙겨 두고 (캐리어를 짓누르는 요령도 생겼다) 아침에 조금 늦게까지 누워 있었다. 새벽에 잠시 깨어 카톡을 확인하긴 했지만 일일이 답하긴 어려운 정신 상태였다. 그간 쌓인 피로와 긴장이 깊긴 깊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나머지 짐을 챙겼다. 다니며 간간이 물어 둔 이동 방법이 있기에 그렇게 긴장되진 않았다. 네덜란드는 대중교통이 전국 공통으로 쓰이는 카드 하나만 있으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충전만 해서 계속 사용하면 된다. 교통카드 같은. 그래서 한 번씩 탈 때 버스값이 얼마 나갔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래도 어차피 독일보단 사용이 편하고 교통도 단순한 것 같다.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슬픔을 이고, 길을 나서다 내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입국장으로 사라지던 너의 모습은 2011년. 어쩌면 그 큰 배낭에 지금의 내가 이고 지고 다니는 이 깊은 슬픔을 담고 떠났을지도 모른다.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 깊은 슬픔의 원천을 끌어안고 1년을 보내고도 어쩌지 못해 캐리어에 나누어 담고, 그때의 너처럼 길을 나섰는지도 모른다. 잠을 자다가도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 크게 대답을 하고선, 그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울었던 밤들, 스쳐 지나가는 뒷모습이 혹시 너일까 싶은 기미만 스쳐도 눈물이 가득하던 순간들이 조금은 지나갔을까 했던 나의 오만이 지나쳤다. 아직 나는 이 슬픔의 바닥까지도 짚어 내려가지 못하고, 내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가슴에 꼭꼭 채워서 다니고 있다. 삶은 어찌 이리도 미세하게 짜여 있..
여행을 떠나 온 지 3주 차에 접어들어서야 첫 휴식을 가졌다. 이전 같았으면 거의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위해 짐을 싸고 계획을 세우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거의 며칠마다 하면서 다녔으니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착하니 나를 끌어 자꾸 ‘다른 이’들을 보러 가도록 만들고 있다. 끝도 없는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다. 이것 또한 다른 이를 통해 나를 보게 하는 것인가 싶다가도 때론 좀 과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뭘 챙겨 먹고 길을 나서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이른 저녁이 되어야 숙소에 들어온다. 그 중간엔 어딘가에서 느긋하게 앉아 쉬거나 때로 눕거나 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Van Gogh를 만나러 가다 사실, 한국에서 일도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여행 준비도 해야 했다. 틈틈이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료도 조금 검색해 보았다. 그러던 중, 유럽에 오면 꼭 가고 싶은 미술관들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 지금 이동하는 동선도 거의 그 루트를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고 있다. 중간중간 일정을 조정하며 다니고 있어 확정된 일정 없이 움직이다 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제껏 몇 번의 해외여행을 했었지만, 이렇게 혼자서 준비하고 혼자서 다니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3개월을 계획한 여행이라니. 정말 무식하니 용감하다고 그냥 직진이다. 지도에 점 몇 개 찍어서 들고 길을 나서는 꼴이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벌써 보름이 지났다. 처음 도착한 독일의 뒤셀도르프는 꽤 큰..
- 2019년 홀로 떠난 3개월의 유럽여행 동안 쓴 일기는 대략 200페이지에 달했다.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에 돌아온 나는 그때의 일기와 사진들을 모아 무언가 하고자 하였지만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2024년 다시금 유럽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때 하지 못한 이유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가볍게 그날의 일기들을 하루하루 꺼내보고 날짜를 찾아 사진들을 들춰보며 기억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1.Jan. 2020 뮌스터, 독일 With a big and long fireworks over the night the new day finally has just begun. People scream and laugh, gathering around and running on a street like animals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