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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산책
슬픔을 이고, 길을 나서다 내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입국장으로 사라지던 너의 모습은 2011년. 어쩌면 그 큰 배낭에 지금의 내가 이고 지고 다니는 이 깊은 슬픔을 담고 떠났을지도 모른다.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 깊은 슬픔의 원천을 끌어안고 1년을 보내고도 어쩌지 못해 캐리어에 나누어 담고, 그때의 너처럼 길을 나섰는지도 모른다. 잠을 자다가도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 크게 대답을 하고선, 그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울었던 밤들, 스쳐 지나가는 뒷모습이 혹시 너일까 싶은 기미만 스쳐도 눈물이 가득하던 순간들이 조금은 지나갔을까 했던 나의 오만이 지나쳤다. 아직 나는 이 슬픔의 바닥까지도 짚어 내려가지 못하고, 내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가슴에 꼭꼭 채워서 다니고 있다. 삶은 어찌 이리도 미세하게 짜여 있..
여행을 떠나 온 지 3주 차에 접어들어서야 첫 휴식을 가졌다. 이전 같았으면 거의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위해 짐을 싸고 계획을 세우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거의 며칠마다 하면서 다녔으니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착하니 나를 끌어 자꾸 ‘다른 이’들을 보러 가도록 만들고 있다. 끝도 없는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다. 이것 또한 다른 이를 통해 나를 보게 하는 것인가 싶다가도 때론 좀 과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뭘 챙겨 먹고 길을 나서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이른 저녁이 되어야 숙소에 들어온다. 그 중간엔 어딘가에서 느긋하게 앉아 쉬거나 때로 눕거나 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갑자기 정해진 대만행.!! 간만이다. 하루 이틀 다니다보니 이전에 봤던 곳들의 기억이 다시금 생명을 얻기 시작한다. 활기찬 색상을 참 잘 사용하는 나라. 기본적인 디자인에 담긴 사람을 향한 마음들. 이래저래 좋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들.
곧 돌아갑니다~
Van Gogh를 만나러 가다 사실, 한국에서 일도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여행 준비도 해야 했다. 틈틈이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료도 조금 검색해 보았다. 그러던 중, 유럽에 오면 꼭 가고 싶은 미술관들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 지금 이동하는 동선도 거의 그 루트를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고 있다. 중간중간 일정을 조정하며 다니고 있어 확정된 일정 없이 움직이다 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제껏 몇 번의 해외여행을 했었지만, 이렇게 혼자서 준비하고 혼자서 다니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3개월을 계획한 여행이라니. 정말 무식하니 용감하다고 그냥 직진이다. 지도에 점 몇 개 찍어서 들고 길을 나서는 꼴이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벌써 보름이 지났다. 처음 도착한 독일의 뒤셀도르프는 꽤 큰..
대략 2주간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렇게 쉽게 적었지만, 아침부터 이어진 일들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며칠간 혼자 지내다시피 하던 숙소의 마지막 날, 룸메이트가 하나 들어왔다. 마지막 날이라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했다. 가볍게 맥주도 한 모금했는데,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몸이 쳐지고 가라앉아 밤이 오기 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깨어보니 누군가가 부스럭거린다. 일어나 움직이다 눈이 마주쳤는데, 나보다 많이 큰 여성분이다. 깨워서 미안하다며 잠시 준비하더니 외출했다. 나는 잠시 움직이다가 다시 누웠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곤 밤이 늦어 로비에서 자료 검색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방에 올라가니 룸메이트가 자고 있다. 아침을 위해 짐..